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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릿터 : 문학잡지 Littor 태어나서 첫 내돈내사


Littor 릿터

격월간 문학잡지 구매후기 남겨요!


태어나서 처음 문학잡지를 내돈내사 했습니다. ('좋은 생각'은 사봤는데...)

 

자랑은 아니지만 자랑이기도 합니다.

 

어쩌다가 구입했는지 쓰자면,

좋아하는 작가가 생겼습니다.

(릿터에 글을 쓴 작가는 아니에요)

 

마음으로 좋아하는 작가가 생기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제가 인생 쓴 맛을 느끼게 되기도, 글을 진심으로 느낄 수 있는 심장이 생길 때까지도 오랜 시간이 걸렸겠고. 반대로 그 작가의 책이 서점을 대충만 뒤적거리는 1사람에게 닿을 정도로 유명해질 때까지도 오랜 시간이 걸렸겠죠)

 

  여하튼 책을 내는 작가라는 것이 문학상에 당선되면 되는 것인 줄로만 어렴풋이 알고있었고, (인터넷소설가 제외) 작가가 책을 낸다는 것은 책을 완성할 때까지 집에서 혼자 글을 붙잡고 있는 것인줄만 알았었는데요. 

  작가에게 경외를 갖고 관심이 생기게 되니, 작은 정보도 눈에 들어오게 되더라고요. 본인이 읽은 책에 있던 글들이 원래는 '문학 잡지'에 실렸던 글이라는 것이요.

 

  반전의 순간이었습니다. 이런 글을 더 빨리 만날 수 있는 방법이 있었구나. 신세계.

 

  '문예지'라는 tv 속에서 주로 친근하지 않은 사람들이 언급하는 그 명사가 조금 더 선명해지면서 호기심을 더했습니다. 

  기억 먼 곳에서는 어렸을 적 부모님의 서재에 꽂혀있던, 재미없어 보이던, 책인지 잡지인지 모를 의문의 책꽂이 차지s 들이 떠올랐고, (마치 드라마 장면처럼) 검색창에 쳐보는 '현대문학' '문학동네'가 기억 속의 그 책꽂이차지s와 교차됐습니다. 그것이 문예잡지 였구나. 시청자는 다 짐작한 드라마주인공의 과거 정체를 이제야 안 회상장면처럼 그 명사가 시공을 뛰넘어 교차됐어요.

 

  하지만 동네 서점에 가니 월간 문예지는 없다고 하더라고요. (인터넷 주문해도 되는데 배송일까지 기다리기 싫었고요) 차를 타고 가야하는 큰 서점까지 가봤어요.

  무리의 발걸음에는 물론 호기심과 허영을 반 씩 갖고 갔어요.

 

그런데 큰 서점을 몇바퀴 돌아도 '현대문학' '문학동네' '창작과비평' 이런 책은 안보였습니다.

 

  설마 싶어서 사람들이 앉아서 책을 읽고있는 구석자리에 굳이 비집고 들어가 포복하듯이 서점을 기어다녔는데요. 그러고야 발견했습니다.

  문예잡지들이 세로로 꽂혀있지도 않고 저렇게 분류만 툭 해놓은 듯한 모습이 생각이 많아지게 했습니다. 그로인한 슬픈 상상들은 생략하겠어요.

 

  아쉽게도 찾던 '월간 현대문학'은 없었어요.

 

대신 계절마다 나오는 문학동네와 창작과비평이 있었어요.

 

  문예잡지는 사보고싶은데 뭐가 어떤지 정보가 없는 상태였기때문에 어디선가 들어본 (아마도 from 도서관이나 부모님 책꽂이) 현대문학, 문학동네, 창작과비평을 사야겠다는 준비를 하고 서점에 왔는데요.

 

  역사깊은, 공인된 이름의 잡지들을 당연히 사야겠다하다가 호기심과 가격이 이겨버린 것 같아요--;...... (지적허영심 채워보려는 중에도 5천원에 흔들리는 from속세자)

 

  '격월간'이고 만오천원인 다른 책들보다 딱 떨어지는 '만원'이란 가격이고, 젊은 느낌이 있고, 도서관에 없을 것 같고 여러가지 생각을 하다가 릿터를 구입했어요.

 

 

 

릿터의 표지디자인은 볼수록 예뻤어요. 트렌디해보이는 저 제목과, 선으로 나뉘는 흰 면의 비율과, 커버 전체:일러스트의 비율. 그 비율은 책 내부에도 작용하고 있어 미 뿐 아닌 '기능의 비율'이었던 것 같아요ㅋㅋ

 

릿터를 펴니 초록 목록...! 인상적...! 예뻐...!

편집장?의 글도 초록면에 적여있었어요.

 

플래시 픽션이 짧게 맞아줬고요. 마치 수능시험 보는 듯이 분할된 2단구성! 잘읽혔어요ㅋㅋ

종이도 만지기도 좋고, 밑줄긋기도 좋았고요.

 

 

그리고 릿터의 첫인상에서 재밌는 생각도 할 수 있었어요.

 

  1. 책을 사기 전에는 기존 책보다 큰 크기지만 그만큼 글자가 가득할거라는 예상을 먼저했습니다. 그런데 소설나오는 페이지는 위처럼 집중할 수 있게 작은 부분만 활자로 채워져있었어요. 잡지 읽기 전에 잡지를 둘러보다 위의 면을 본 뒤 디자인도 독특하고, '읽을 때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2. 그렇게 잡지의 처음부터 읽었는데요. 에디터 노트에는 이번 호를 소개하면서 기후변화위기를 이야기했고, 저는 저의 무관심과 무지에 충격받고 이제 뭐라도 해야겠다 생각까지 했습니다.

  3. 그리고 곧 책의 첫 글인 플래시 픽션에서는 패션환경운동도 담긴 여러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패션-마케팅이 된 환경운동 이야기가 담긴 짧은 소설들을 읽고, 직후 이어지는 면의 환경이슈 글을 읽는 중 미리 마주쳤던 저 빈 검은 면이 떠오르면서 잠깐 딴생각이 들기도 한 것이 릿터와의 난감한 첫만남의 기억...

 

 

#

  그리고 계속 첫 내돈내사 문학잡지 릿터와의 추억을 쌓고있습니다.

  궁금해서 인스타그램에 검색해보니 다른 사람들이 올린 사진에서 문학잡지 릿터는 다른 호수의 커버도 너무 예쁘더라고요. 어떤 책인지 모르고 샀는데 꽤 신경써서 만들어지고 있는 잡지같이 느껴서 우선 다행이란 감정이 들었어요. 

 

  고민하다 고른 이 첫 문학잡지가, 그리고 정보없이 해버린 선택이 잡지 신이 도우신 만남이었길 바라면서 계속 읽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