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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모로 가는 길 02 : 미니버스 기름, 풀물과 화산재

신발에 묻은 미니버스의 기름, 그리고 풀물, 화산재와

브로모로 가는 길 02

 


  인도네시아 브로모로 가는 여정을 남기는 중입니다.

 

  프로볼링고 역에 도착해, 브로모 행 미니버스가 모인다는 터미널에 간 이야기까지 '브로모로 가는 길 01'  편에 남겼었는데요.

  미니버스 이야기부터 시작해야겠습니다.


# 관광객 등치기 미니버스

 

 

  전에 인도네시아 여행 '교통편'에도 남겼지만 미니버스와의 흥정은 끔찍했습니다.

 

  외국인 다섯 명이 브로모를 가려고 버스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고요. 버스 기사는 사람을 더 기다려야 한다고 버티는 중이었습니다. 그리고 빨리 출발하려면 사람 많이 탔을 때의 금액을 너희들이 나눠내라는 식이었고요.

 

  화나던 이유는 인터넷에서 다른 사람들이 낸 금액을 미리 조사해왔는데 그것의 몇배로 금액을 부르는 기사였고요. 또 그 기사가 안간다면 갈 방법이 없는 무력한 관광객의 처지가 된 게 화났었습니다. 한국처럼 관광을 위한 대중교통이 발달하지않은 인도네시아 사정에도 화났었고요.

 

  사실 '그러려니'하고 가려는데 함께 탄 이탈리아 남자가 계속 기사 들으라는 듯이 욕을 중얼거렸고, 비싸게 낸걸 잊으려 했는데 남자의 궁시렁을 들으면서 함께 화가 오르더군요. (선동당했다)

 

 

  특히 굉음을 내면서 간신히 운전을 하던 미니버스는 가파른 길에 올라가자 멈춰서기도 했습니다. 차에서 잠시 내려야했는데 차 옆으로 기름이 새는 게 보였고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불안하고 무서웠던 기억이납니다. 같이 딴 4명의 사람들이 아니었으면 많이 무서웠을 것 같아요.

 

  차는 이 가파른 길을 오르지 못하고 내려가서 다른 길로 돌아가는 듯 했습니다. 

 

쓰러져가던 튜닝의 미니버스 내부는 위와 같았습니다. 

 

맨 뒷 자리에 자리잡아 창밖을 구경하면서 산을 올랐습니다.

 

 

  버스는 점점 하늘에 가까워졌습니다.

  창문을 열어놓고 달리는 버스 안의 온도도 점점 추워졌고요. 가는 도중에 바람막이를 꺼내 입은 기억이 납니다.

 

  버스가 달리는 길 바로 옆은 거의 낭떠러지가 많았습니다. 건너편 언덕이 바로 보이는 신기한 풍경이었고요. 고랭지농업(?)중인 여러 밭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높은 지대에도 여러 주택이 있는게 보였고요.

 

  한편 가는 길에는 인터넷이 잠시 터지지않기도 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높은 산 중에 인터넷이 터지지않는 곳에 보증이 안 된 처음 본 사람의 버스를 잘도 타고 올라간거였네요. 스릴러 영화에서 주인공이 위험한 줄 모르고 바보같은 행동을 하며 영화가 시작되는 때가 이러하던데..

 

  또 신기한 점이 오히려 가장 고지대이고 깊숙한 마을에 도착하자 인터넷이 터졌던 일입니다. 사람이 모인 마을이고, 관광지라서 그렇겠지요?

  차는 깊숙히, 더 깊숙히 산으로 들어갔습니다.

 

  미니버스를 타고 약 1시간 30분 거리를 달려던 것 같습니다. 20분 정도는 저지대 도로를 지났던 것 같고요. 이후에는 계속 고지대를 차로 오르고, 또 올랐던 것 같아요.

  또 지금 보니 저 미웠던 미니버스가 나름 귀여운 구석도 있는 버스였네요. 노랑, 빨강, 파랑....

 


 

 

# 쩨모로 라왕 도착! 소문 속 입장료 안내는 길 찾기

 

 

  산중의 '쩨모로 라왕' cemoro lawang 마을에서 기사가 내려줬습니다. 브로모 가는 입구라면서요.

 

  버스에서 내릴 땐 같이 버스를 타고 온 외국인들과  함께 있었어요. 스페인 사람 둘과 이탈리아(?)사람 둘이었던걸로 기억합니다. 그들과 같이 걷다가 저는 혼자 빠졌습니다.

 

  이유는, 인도네시아 관광 커뮤니티에서 '브로모 입장료 안내고 가는 길이 있다'는 걸 봤기 때문에 다른 길로 가려고 생각중이었거든요.

 

  사실 쩨모로라왕에 올라가면서 버스를 탄 채 누군가가 한 번 돈을 걷어갔습니다. 그런데 또 마을에서 저너머로 가는 입구에서 또 입장료를 달라는 남자가 서있었어요.

  그럼 먼저 낸 그 입장료는 무엇이고, 또 돈 내라는 이 사람들은 무엇인지(?) 설명없는 관문이었습니다. 그냥 서서 돈 내놓으라고 하는 깡패인건가 생각이 스치기도 하네요.

 

여하튼 브로모로 가는 '다른 입구'를 찾으러 우선 보이는 아무 옆길로 빠졌습니다. 주택들이 있는 오르막길로 우선 올라갔어요.

 

그리고 주택 뒤쪽에 길이 있나 찾아다녔는데 쉽게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게 브로모 방향으로 넘어갈 수 있는 길을 찾다가 위처럼 덤불로 덮혀있는... '길 같지않은데 길 같은 느낌'의 장소를 발견했습니다. 누군가가 저 길로 향하던 발자취가 남아있는데 보이는데요. 동시에 저 곳은 까칠한 풀로 뒤덮여 있었어요. 밟기가 꺼림칙한 땅이었습니다.

  에라 모르겠다하고 우선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긴 바지를 입고 가서 다행이었지만 몇 풀에 발목을 스쳤던 것 같아요.

 

  그렇게 가니 풀과 나무로 시선이 가려지던 너머로, 뭔가 공터가 조금씩 보였습니다.

 

  아마도 화산때문에 죽은 지역인 듯한 곳이 서서히 보였어요.

 

  풀숲 언덕을 넘어가니, 초록에 가려졌다 나오는 광활한 회색의 공터. 그리고 그 공터를 360도로 에워싸고있는 산맥. 본 적 없던 그 모습에 숨이 잠시 멎었다고 해도 될 듯 했습니다.

 

  이런 지대가 있고, 이런 곳까지 혼자 힘으로 왔고, 또 곧 그 지대를 직접 밟게 될 생각에 가슴이 뛰었던 것 같습니다.

 

  (또 뭔가 구조물을 만들고 있는 아저씨가 보이기도.)

 

  그리고 급한 절벽이 눈 앞에 펼쳐졌습니다. 사실 절벽은 아닌데. 가파른 언덕길을 내려가야했어요. 위 사진에서 발을 잘못디디면 추락인데 느껴지시나요? 저기 도로가 엄청 작게 보입니다.

 

  이 언덕을 내려가는데 사실 조금 무서웠습니다. 약간 발 디딜 곳이 좁고, 나무같은게 적어서 언덕 떨어지는 아래가 바로 눈에 보이는 곳이었거든요. 그래도 누군가가 오르내린 길이 있어서 그를 따라갈 수 있었고 다행이었습니다.

 

 또 가는 길에는 서양사람들이 제가 가는 길 반대쪽으로 돌아오는 걸 볼 수 있었는데요. 아마 인터넷에서 말한 그 '입장료 안낼 수 있는 루트'로 돌아가는 서양사람들 같았습니다. 제가 간 길 말고 제가 가던 길에 한 갈래길이 또 보였는데, 아마 등산을 해서 넘어가는 다른 루트가 있는 것 같았어요.

  하루 먼저 가시는 분들은 쩨모로라왕 동네의 여러루트를 살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무서워하며 내려온 언덕의 모습입니다. 내려와서 보니 생각보다 나름 높았더라고요. 이런 산을 내려오게 될 지 몰랐는데.

 

 

# 화산재가 날리는 땅, on 행성인 듯 경이로운 풍경

 

  그렇게 화산재가 있는 땅에 도착을 했습니다.

 

  사람 서있는 것 하나 안보이는 (사실 지나가는 오토바이-차들에 타 있겠지만), 건물 하나 서있는 것 안보이는 (저 멀리 사원같은게 있긴했지만) 평평하고 거대한 대지를 홀로 걷게됐는데요.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아마도 화성이나 이런 곳에 착륙해서 걸으면 비슷한 기분이지않았을까요? 행성에 혼자 있는 기분이었을거에요.

 

   사실 무엇이 브로모인지 몰랐지만 멀리에 아주 작은 차들이 점처럼 움직이는게 보였고요. 그 방향으로, 저 멀리 보이는 모래언덕같은 곳으로 향했습니다.

 

  가는 길에는 모래바람이 몇번이고 불었습니다. 사실 그건 모래바람이 아니라 화산재 바람이었던 듯 합니다. 시멘트 바람(?)

  다행히 안경도 마스크도 챙겨갔는데요. 모자 쓸 생각을 늦게 해버렸습니다. 혹시 시멘트 가루가 머리카락에 묻으면 어떻게 되는지 아시나요? 머리가 뻣뻣해집니다. 화산재 바람에 흔들리던 머리는 마치 공구리 비비는 옆에서 춤춘 사람마냥 가닥가닥 푸석하게 서있게 됐습니다.

 

  또 후의 일이지만 산에서 내려와 쿠션을 얼굴에 두드리니, 얼굴에 닿았던 쿠션의 부분만 회색으로 변했던 기억이 나네요..... 물론 신발은 말 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본 적없는 광활한 화산지대의 풍경은 압도적이었습니다. 고지대로 오르고 또 올랐는데도 불구하고 언덕너머 평야가 나왔고, 또 그 평야 가운데 선 화산 모습을 보며 새로운 세상을 만난 듯 경이로움에 벅찼습니다.

 

  이 글의 서론에 말한 미니버스 기사가 사기쳤어도 오길 잘했다는 생각마저 했고요.


  이렇게 미니버스의 기름에서, 풀을 지나, 화산재의 땅까지 도착한 여정을 담습니다. 브로모로 가는 길 세번째 여정에서 이야기 더 덧붙히겠습니다.

 

#인도네시아 #브로모 #여행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