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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모로 가는 길 01 : 프로볼링고행 기차 밖 일출

 

인도네시아 프로볼링고로 가는 기차 안에서

브로모로 가는 길 01

 


  지난 여행기입니다.

 

  블로그에 인도네시아 여행기를 남겨오다가 끝까지 다 쓰지 못했었는데요. 아마도 쓰다가 힘에 부쳐서 그랬을 가능성이 높지만. 사실 다른 길로 샜던 이유까지 까먹었을 정도로 오래 전 일이 됐네요.

 그래도 아직 못 담은 이야기들이 많아서 다시 인도네시아의 추억을 떠올려보려합니다.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관광' 같았던 그 날의 이야기에요. 브로모로 가는 길 이야기를 몇 개 포스팅에 나눠서 담을 거에요. 사진과 함께요.

 

  이번 포스팅엔 '프로볼링고 행 기차'를 탄 이야기 담겼어요.

 


   인도네시아에 온 지 열흘 째쯤 됐던 날인 것 같습니다. 일정이 없던 날. 호텔이 있던 근방 지역인 프로볼링고로 가는 날이었어요. 위의 사진 저 곳에 들르기 위해서였습니다.

  저 곳은 '브로모.'

 


 

  프로볼링고로 가는 길은 새벽 4시쯤이었나? 이른 기차를 타고 시작됐습니다.

 

  머무는 도미토리에서 일찍 준비하고 나와서, 기차역으로 향했어요. 아마도 어둑어둑한 도로를 걸어서 기차역으로 향했을 듯 한데 오래되어 자세한 기억까지 안나네요. (슬프네요. 여행기를 미리 남겨뒀으면 그런 기억도 정리해뒀을텐데. 이 날 기차표를 미리 예매했는지도 기억나지않고요.)

 

  하지만 확실한건 이 날 가는 길에 탄 기차가 이코노미였다는 겁니다. 아래 사진이 보여요.

 

  이코노미 기차를 타고 갔는데도 열차 내에 에어컨이 있어서 신기해서 남겨놓은 사진이에요.

 

  프로볼링고로 향하는 열차는 2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습니다. 새벽 기차라 사람이 그리많지는 않았지만 또 새벽기차임에도 한산하지는 않은 정도였어요.

  이코노미는 기차 한 열에 사람이 세 명씩 앉을 수 있는 열차인데요. 제가 앉은 곳엔 6명의 자리 중에 2명이 앉았습니다. 맞은 편에 흰 털(수염인지 머리인지 기억이 안난다)의 할아버지가 앉아있던 기억이 납니다.

 

'스테시온 시도아르조'

기차를 타고 가면 어느 기차역에 도착했다고 안내 방송을 읊어주는데요. 여러 역 중에 저 기차역의 이름은 특이해서 귀에 기억이 남은 것 같아요.

 

 

  이국의. 처음 가보는 길. 어떤 세상이 나올 지 알 수 없는 시점에 창밖도 어둑하게 시작했어요.

  가는 길이 눈에 보이지않아서 더욱 두렵고 두려운만큼 설레었던 것 같습니다.

 

  기차가 달릴수록 밖이 더욱 잘 보이게 되는데요.

 

  전 날도 편도 2시간 정도 거리의 지역인 '말랑'에 다녀와서 다음 날 새벽 출발하면 졸린게 당연했을텐데요. 이 날 기차에서 잠들지않고 남겨둔 풍경이 참 귀중합니다.

 

  제가 앉은 자리 창가 왼쪽에서는 서서히 해가 뜨는게 보였는데요. 아름다웠습니다.

  아마 기차의 일출을 보면서 당시엔 브로모에서 일출 보고 있을 사람들을 부러워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사실 브로모에는 일출을 보는 관광객이 많다고 하는데요. 저도 처음엔 그럴 계획이었지만. 계획하다 보니 브로모에 가서 1박 하기에는 좀 무리였습니다.

 

  여행사를 통해 간게 아니라 짐을 들고 이동하는 것도 무리였고요. 도미토리에 짐을 놓은 채 전 날 밤에 브로모 근처 마을(쩨모로라왕)에 가서 1박할까 했는데 그 곳에선 춥다, 샤워 어렵다 하는 후기도 있었고요. 무엇보다 일출을 보려면 브로모에 어둑한 이른 새벽 때 올라가야할텐데, 가본 적 없는 오르막길에 혼자 오를 수 있을지도 알 수 없고. 그렇다고 새벽부터 버스 기사들과 흥정하는 등 골치아픈 걸 한 번 더 해야할 생각을 하니.......

 

  그래서 그냥 맘 편하게 해 뜬 길을 선택했는데요. 돌아보면 기차에서 본 일출도 참 좋았네요.

 

  (물론 브로모에 도착해서는 브로모에서 언젠가 일출과 일몰을 보고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브로모의 경이로운 모습때문에.)

 

  달리는 기차에서 창밖으로 셔터를 눌렀습니다.

 

  인도네시아의 넓적한 잎들 너머로 해는 점점 떠올랐습니다.

 

 

  자카르타에서도 한 번 일출을 기다렸는데 못봤었던 기억이 납니다. 안개인지 구름인지 뒤로 어느새 해가 떠버렸었는데요. 날이 흐려서? 아님 습해서? 그랬었는데요.

  반면 기차에서 본 해는 그 습함 너머로 산란하는 모습이 더욱 환상적으로 느껴졌던 것 같아요.

 

습한 땅 위를 비추며 뜨는 해.

 

 

 그리고 어느새 기차는 '프로볼링고' 역에 도착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내렸어요. 나와 같은 관광객일까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같은 열차에서 내린 몇명이 나중에 저와 브로모로 향하는 미니버스에서 다시 만나게 된 것 같아요.

 

  저는 프로볼링고 역에서 관광을 하러 떠나기 전에 미리 숙소(구벵역)으로 다시 back돌아가는 기차표를 구입해놨는데요. 저녁 기차표 였지만 예매해놓길 잘했습니다. 돌아가는 기차는 이코노미였는데 나중에 보니 매진됐더라고요. 

 

 프로볼링고 역 앞 모습입니다.

 포장되어있지않은 주차장이 보이죠.

 

  프로볼링고 스테시온. 드디어 여행을 준비하며 그렇게 이름만 곱씹던 그 곳에 도착한 거였습니다.

 

  많은 사람이 인터넷에 브로모 화산을 가는 후기를 남겨놨고, 그를 읽으며 정보를 찾아 여행을 온 거였는데요. 후기 속 '역에서 몇 미터 걸어나와서 무슨 버스를 타고, 또 갈아타고, 어디론가 가서' 이런 이야기들을 활자로만 봐왔는데. 그 이야기 속에 들어가 있다니.

 

  보고 상상했던 그 후기 속 공간에 직접 있는 것이 설레고요. 제가 본 후기 속 이야기가 눈 앞에도 나올지 둘러보게 되더라고요. 그런 심정(?)으로 프로볼링고 앞 광장을 빠져나왔던 기억이 납니다.

 

  또 어떻게 이동을 해야하는지 알 수 없어 혼란스럽지만, 반면 새롭게 만난 동네를 빨리 알아보고싶어서 어디로든가 발을 움직이게 되는 그런 때였고요.

 

  후기들 속에는 역 앞에 나와서 뭔가를 타고 미니버스 정류장으로 가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냥 발로 이동을 시작했어요.

 

  저는 미니버스 정류장으로 가기 위해 프로볼링고에서 이동수단 'Grab'을 이용하려했었는데, 아마 이 역에서는 그랩이 하나도 안보였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그랩말고 '고젝' 어플도 설치해서 이요할 수 있었지만... 사실 저는 동네를 좀 더 구경하고싶었던 것 같습니다.

 교통수단을 부르기 전에 먼저 역 앞에 있는 공원을 구경하고, 버스 타는 곳 방향으로 좀 더 걸어갔어요.

 

  역 앞 길건너는 바로 공원이고, 그 공원을 통하면 그냥 시민들이 사는 지역이 나옵니다. 길을 한참 걸어가는데 유치원 수업하는 소리도 들리는 것 같았고요. 사람들이 물 뿌리며 청소하는 모습도 봤던 듯 해요.

  기억 속에 인도의 블럭은 높았고. 누군가의 건물 입구에선 그 높은 블럭이 끊겨서 걸으며 크게 오르막 내리막 반복도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저 빨간 무엇인가가 이 지역에도 한참이나 붙어있었어요. 아마도 인도네시아 독립기념일 기념하는 깃발 무늬같았어요.

 

  검색해보니,

  깃발 안의 새는 힌두 신화에 등장하는 비누스 신이 타고 다녔다는 새라고 하네요. 번영을 상징하고요. 17개의 깃털은 독립선언일인 8월 17일의 상징. 5개의 문양은 신앙-인도주의-민족주의-민주주의-사회정의 를 상징한다고 해요. 그리고 새가 잡고있는 깃발 속의 문장은 '다양성 속의 통일'이란 뜻이라고 합니다.

  또 인도네시아 국기는 '적백기'로 붉은색은 용기-자유, 흰색은 신성-고귀함을 상징한다고 해요.

 

  제가 프로볼링고에 갔던 때가 8월 초였는데요. 한참 8월이라서 독립기념 축제를 했던 걸까요?

 

  거리를 걸어가면서 카퍼레이드를 볼 수도 있었습니다. 분장한 사람들이 타서 손을 흔드는 것도 봤어요. 

 

  역에서 한 시간 정도를 걸어가면서 주변을 구경했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었던 거리인데,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이것저것 직접 볼 수 있었어요.

  그리고 결과적으로 미니버스 정류장에 갔을 때 미니버스 기사가 손님이 더 모일 때까지 더 대기하라고 고집 부리고 있었기때문에 어차피 대기해야할 상황이 되어서 걸어간게 더 잘 한 일이었기도 했고요.

 

  (+ 이 때 걷다가 짧은 거리가 남았을 때 바이크를 탔었던가 기억이 확실하지 않네요. 지나가던 고젝 아저씨와 흥정하던 기억도, 고젝과 통화하다가 인도네시아어 못해서 실패한 기억도 나는데 말이에요)

 

  이렇게 프로볼링고 행 기차를 타고, 브로모 행 미니버스 정류장 가는 길의 모습들 남깁니다.

 

 

  또 브로모로 가는 길 영상을 짧게 아래에 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