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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 사장을 납치한 하롤드 영감 리뷰, 독서 후기 - 당신이 잊은건 어느 곳? - 소상공인의 절망 [책 추천]

이케아 사장을 납치한 하롤드 영감 (프로데 그뤼텐) 독서하고 후기 남겨요.


가볍게 들고다니면서 읽을 책을 찾다가 ‘이케아’라는 제목이 눈에 띄어서 그냥 집어들었던 책이에요.


책을 읽으면서 대형 창고에서 저렴한 물건을 쇼핑할 수 있는 환상의 공간이라고 생각해 온 자신을 돌아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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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용은 노르웨이의 ‘룬데’ 가구점 사장 하롤드 영감이 이케아 사장을 납치하러 가는 길인데요,

그 길에서, 과거 그의 아내 마르니와의 기억들이 교차되는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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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마르니는 기억을 잃고 하롤드가 누군지 잊어갑니다. 미 통령 케네디와 비교해도 못 알아보기도 하죠.

마르니가 남편이 누군지 잊어가는 과정이 ‘오사네’ 시내에서 사랑받던 ‘룬데’ 가구점이 사람들에게 잊혀지는 것과 겹치기도 했어요.


하롤드 영감은 가구점 고객들이 어디사는지 무엇을 사갔는지 모두 기억하고 있는데요. 반면 사람들은 그를 잊었고, 가구점은 텅비게 되죠.

하롤드는 마르니에 대해서도 몇십년 전에 언제 무엇을 한지 모두 기억하고, 반면 마르니는 그를 잊고 그의 전화를 거부하기도 하는 것과 같이요.


마르니가 남편을 누군지 잊고 격렬히 싸우고 칼까지 꽂게 되는데요. 가구점을 잊어가는 사람들에게 하롤드도 그와 비슷한 심리적 상처를 얻었을 것 같더라고요. 절망의 깊이를 보여준 느낌이었습니다. 자신을 기억 못하는 치매 아내를 바라보는 하롤드의 심정이, 어디선가 자신을 기억못하는 손님을 기다리고있는 자영업자와 겹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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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주인공 하롤드는 열네살 남짓 소녀 엡바를 스웨덴에서 만나게 되죠.

엡바는 하롤드를 도와주기도 하고 또 복수심마저 꺼져있는 하롤드 대신에 복수를 해주기도 합니다.


그 중, 엡바의 엄마와 아빠 얘기가 나올 때

아빠에게 찾아가서 몇가지 물음과 칭찬을 했을 뿐인 엡바는 어른들의 모진말을 들었다는 얘기가 있었죠.

‘방어장치도 없이 어른들에게 무차별 공격을 당하는 소녀.’가 되는 엡바고요.


그 소녀의 입장이 하롤드와 동일하게 보였습니다.

거대 기업에게 방어장치도 없이 공격당한 점포들을 떠올리게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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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엡바를 보내면서 하롤드는 아무도 없을 것 같은 엡바의 집을 떠올리는데 직후 겹치는 장면은 시체가 앉아있던 가구점입니다. 하롤드가 엡바에게 자신을 투영한 것 같이 느껴지던 부분이었는데요.

공간적으로 표현되는 공허감(?)의 반면, 엔딩에서 하롤드는 앨범을 끌어안고, 온갖소리가 나던 가구점을 떠올리죠.

대비되는 두 공간으로 절망이 더 강조되듯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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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은 이해하기 어려웠는데요. 거의 시처럼 표현이 되어있는 부분이 있어서....


엔딩에서 여름, 가을을 사랑하던 하롤드는 요일을 셀 줄 모르는 절망에 빠진 듯 했죠.

그 절망속에서 ‘이제는 변하겠지’라는 마지막 희망으로 버텨오던 마르니와의 일요일들이 그려졌습니다.


마지막에 하롤드가 기다려온 ‘변화된 월요일’은 누가 찾아줄 수 있을까요.

책을 읽는 사람들. 아니었을까요.

하롤드가 원한건 온갖소리가 나던 가구점, 그리고 마르니와의 기억을 품는 것=고객들의 기억 아니었을까 생각도 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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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하롤드의 옷을 이케아 사장이 입었을 때 하롤드처럼 보이는 장면이 있는데요.

이케아 사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자신이 ‘인간적인 생각’을 할 때라고 했죠. 하롤드는 복수를 위해 그에게 총을 주면서 인간적인 고민을 하게 만들었고요. 그것이 복수였죠. 이런 결말이 사이다는 아니지만 의미가 좋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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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책 속에서 대기업의 확장만 비판하지않고 조금은 무게를 돌리는 장면도 있죠.

후반, 하롤드가 자신의 아버지에게 변화해야 산다고 했던 젊은 날의 기억을 떠올리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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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가 없을 때는 무조건 싼 물건을 찾게됐는데, 그래도 요즘은 지역에서 소비해야지 생각이 좀 들곤해왔어요. 그렇게 소비 패턴을 다시 바꿔가는 중이었고요.

하지만 소비자로 대기업-프랜차이즈 상품에 비교하면 지역브랜드는 편의도, 질도, 최소 유통기한 마저도 충족이 어려운 경우가 많았습니다.

책을 보면서 느끼는 점이 많았습니다. 하롤드의 절망에 속이 쓰리기도 했는데요. 현실로 돌아와서 생각한다면 일단은 지역에서, 소상공인을 위한 소비에 가치를 두는 의식은 우선 지녀야겠다고 생각하는데 현실적인 선택에선......여유로운 분들에게 몫을 우선 넘기고싶어지기도...하고....

  ... 많은 생각과 자책과 판단을 하게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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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이케아 사장을 납치한 하롤드 영감 책은, 대기업과 겨뤄야하는 시대에서, 소상공인의 절망을 공감가도록 잘 풀어낸 점에서 추천 도서로 놓아두고 싶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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