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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모로 가는 길 03 : 한 낮의 휴화산을 짚투어 아닌, 걷기

한 낮의 휴화산,

브로모로 가는 길 03

 


 

인도네시아 브로모에 가던 여정 담은 포스팅이에요.

지난 브로모로 가는 길 01, 02 글에 이어서 세번 째 글입니다.

 

초록의 산을 넘어 화산재와 화산모래로 뒤덮인 지대에 도착한 이후의 이야기 담겼어요 그 지대의 모습은 바로 아래 사진에 보입니다.

 


 

저 멀리 화산재바람 화산모래바람이, 모래폭풍처럼 불어오는 것도 보이네요.

 

  저는 남들이 오른다는 '브로모'로 가야하는데 넓은 땅 중에서 어디인지 몰랐습니다.

우선 시야에는 광활한 평지가 펼쳐지고, 그 평지를 성곽처럼 360도 감싸는 산이 있고. 또 평지 한가운데 즈음에 꼭지처럼 산 봉우리가 두개쯤 보였습니다.

 

  눈에 띄는건 사진 오른쪽 바깥에 있던 초록색 봉우리였어요. 그리고 그 봉우리 아래엔 뭔가 사찰?신사?같은 건물이 보였어요. 일단 그리로 걸어갔습니다. 위의 사진에서 보면 사진의 맨 오른쪽 가장자리에 그 건물이 아주 작게 보이네요.

 

  뜨거운 햇볕에서 화산재 모래바람을 몇 번이나 맞으면서 계속 걸어갔던 걸로 기억합니다.

  가다보면 위의 사진처럼 신기한 지형의 모습들이 있었어요. 밟아도 되나 처음엔 두렵기도 했던  땅의 모습. 어느 영화속에서나 봤던 듯한 모양의 땅.

  그리고 모래 중간중간엔 동물의 배설물들이 있었던 걸로 기억납니다. 아마도 사람들을 태우고 다니는 말의 분 인 것 같았어요. 

 

걸어서 걸어서, 가까워질 것 같지않던 먼 그 구조물에 도착했습니다.

사원에는 들어가보려고 했지만 막아놨더라고요.

 

아마도 화산이 폭발하지 않게 기도를 드리는 무언가이지않을까 추측이 들었어요.

 

+

  백과사전을 보니, 위의 것은 힌두사원이라고 합니다. 이름은 Pura Luhur Poten. 인근 화산에서 나온 천연 검은 돌을 사용해서 사원을 지었다고 합니다. 

  프로볼링고의 산악마을 사람인 '텡게르'들은 15세기부터 신들에게 과일, 쌀, 채소, 꽃, 가축들을 제물로 바치기 위해 등산을 했나봐요. 그와 관련있는 사원인 듯 합니다.

 

또 제가 걸어온 모래 평원의 이름은 Segara Wedi라고 합니다. (이제야 알다니)

 

  그 모래 평원 '세가라 웨디'를 걸어가면 중앙에 큰 두 산이 보이는데요. 하나는 위와같은 민둥산입니다. 아마도 화산폭발에 녹은 듯한 모습. (+ 백과사전에서는 이 민둥화산이 Penanjakan 산이라고 되어있네요. 페난자깐은 2770m 높이라고 해요.)

 

그리고 페난자깐 산 옆에 있는 초록산의 모습.

 

저는 처음에 저 초록산으로 올라가는건가 생각했는데요

관광객들이 모두 페난자깐으로 가는게 점처럼 보여서 그리로 향했습니다.

 


 

한참 걸어 가는 길에 화장실도 가고싶고, 배도 몹시 고파졌었는데요.

 

산 아래에 가니 동전을 내고 들어갈 수 있는 컴컴한 공중 화장실도 있었고요. (사진은 없어요)

 

또 오토바이 노점도 있었습니다. 푸드트럭아니고 푸드오토바이였네요.

 

 

  새벽에 호텔에서 빵 같은걸 주워먹고 나왔을텐데 나름 걸어서인지 굉장히 허기졌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에 제가 대만과 인도네시아 여행을 했는데요. 날씨도 더워서 식욕도 없었고 또 길거리 음식의 청결도를 믿지 못하는 마음에 야시장도 노점트럭도 못들어갈 정도였거든요.런데 어찌나 허기졌던지 저는 무슨 음식인지 알 수 없는 이 푸드오토바이에서 주문을 했습니다.

푸드트럭 메뉴는 위와 같은 것들이 있었어요.

점주(?)에게 하나 달라고 하니, 뭐 넣어주냐고 물어봤던 것 같아요. 어떻게 답했는지 기억은 안나네요ㅋㅋ

 

이렇게 국물에 오뎅같은것과 튀김?나초?같은것과 뭔지 모르는 것을 넣어줬습니다.

 

  길거리에서 오뎅국물 먹는 그런 기분으로 먹었던 듯 합니다. 배고픈데 허기를 잘 달래줬어요. 한국돈으로 천원 정도의 가격이었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음식을 다 먹어갈 때쯤이었나 그 모래평원 한 가운데에서 설거지를 어떻게 하는지 보게 된 이후 식욕이 급격히 다운됐던 기억도 납니다. 그냥 물로만 쓱 헹구는 걸 본 것 같아요. 신이시여..

 

  정말 배고팠었는데 이걸 먹고 산을 오를 수 있었......던 사실만 기억하기로 합니다. 레드썬.

 


 

  위 사진의 이 앞 까지는 관광객들이 대부분 짚차로 이동하는 것 같았습니다.

 

  위 사진의 시선. 그곳부터 오르막길이 시작됐어요. 이제 브로모화산에 오르는구나하고 가슴이 뛰었던 것 같습니다.

 

  이 오르막에서도 오토바이나 말로 조금 더 이동하는 사람이 있기도 했습니다.

 

  여전히 화산재가 보이는 바위지대를 걷고 길을 따라가다 보면 위의 계단이 보입니다.

 

  이 계단은 브로모 화산 여행기 속 사진에서 많이 봤던 모습이었습니다.

 

  계단은 둘로 나뉘어 한쪽은 올라가는 사람, 한쪽은 내려가는 사람이 줄지어 가게 됩니다.

  한국 산에 오를때처럼 등산객들이 서로 말걸고 지나가는 사람도 있고. 외국인을 보면 사진 찍자 하는 사람도 있고. 어느 해외처럼 동양 외국인을 보면 쟤 이상하다 낄낄대는 사람도 있고. 짚 차 포인트 이후 확실히 훨씬 관광지다워졌습니다. 

  물론 브로모는 일출을 보러 가는 관광객들이 대부분인 것 같습니다. 한낮에 간 브로모화산은 사람이 그렇게 많지않았습니다.

 

  제가 올라가는 길에, 같이 미니버스를 타고 왔던 외국인들은 먼저 뷰포인트를 찍고 내려가고 있는 모습을 마주쳤던 기억도 나네요.

  또 올라가다 뒤돌아보면 높이가 달라진 모습에 무서워지고요. 

  계단 옆 모습은 위와같았습니다.

 산의 민낯을 보는 듯 느껴졌습니다.

 저 멀리 모래바람은 쉬지않고 있네요.

 

  그 당시 올라갈 때는 산의 겉모습만 봤던 것 같아요. 저 건조한 굴곡들이 다부져보이기도 하고, 강인해보이기도하고, 메마르고 고독해보이기도 했습니다. 모양에만 심취해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 다시보니 화산 용암이 타고 흘러서 화상입어 버린 산인가 싶기도하며, 좀 안쓰러운 산이었다는 생각도 드네요.

 

 여하튼 계단을 올라올라 뷰포인트에 도착했습니다.

 

  일반적인 한국의 등산에서 '야호'하는 꼭대기 포인트의 모습을 예상하고 하는게 당연했는데요. 한국적 등산의 꼭대기에는 꼭 널찍하게 앉을 공간이 있었던 듯 한데 (물론 안 그런 바위산들도 많지만), 브로모의 뷰포인트는 저의 고정관념과 달랐습니다.

 

  올라가자마자 얼마 안떨어진 앞에서부터 화산구를 향해 반대로 기울어져 내리막 경사가 있었어요. 그리고 뒤를 돌면 다시 산을 오르게 한 경사와, 끝이 한참 아래인 가파른 계단만이 보였고요.

 

  뷰포인트에 끝까지 오르자 외줄난간에 서있는 기분이었습니다.

  정확히 꼭대기에 오르자마자 지구 저편에 있는 엄마를 부르며 땅을 기었던 기억이 나네요.

 

  다행히도 위 사진에 보이지만 붙잡을 난간이 있었습니다. 기어가서 저 난간을 잡고 반쯤 앉은 자세로 경치를 구경했습니다. 그 때 정신상태는 1.'경치 죽이네, 오길 잘했어'와, 2.'...'(공포)(불안) 둘 이 반복하며 서로 깜빡이를 켜댔던 걸로 기억합니다.

 

  어떤 등산객들은 사진 속 저기 먼 곳의, 난간이 없는 길까지 오다니는 모습을 봤는데요. 자칫하면 한쪽은 분화구로, 한쪽은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 있는 좁다란 산 꼭대기를 걷는 사람들을 보고있는 것만으로도 혀가 내둘러졌습니다.

 

  정신을 가다듬은 뒤 분화구 방향으로 고개를 몇 번 내밀어봤습니다.

  몇 초를 보는 것만으로도 스릴이 상당했습니다.

  처음엔 "엄마야"하며 1초를 구경, 두번째는 "엄마"하며 3초를 구경, 몇번 째가 되어서야 곁눈질아닌 마주보기를 했던걸로 기억해요. 

 

  그 와중에 난간 저 너머 저 무서운곳에서 잘도 왔다갔다하고 있는 저 현지인(?)같은 분의 강력한 포스......에 충격을...

 

  아니 분화구에선 달걀냄새가 났습니다. 유황냄새겠지요?

  연기를 내뿜는 휴화산이라니.

 

브로모화산의 모습은 경이로웠습니다.

 

모래평원에서 환상적인 모습에 가슴이 뛰었고,

또 쉬고있는 듯 하지만 연기를 내뿜어대는 화산 위에 서있는 체험도

어디서 해볼 수 없이 소중한 것이라 느꼈던 것 같아요.

 

한편 갑자기 화산 폭발하면 어떡하지하는 걱정을 손톱만큼 했던것도...(아마 이것이 한국에 관광왔는데 전쟁나면 어떡하지 걱정하는 사람들같은걸까요?)

인도네시아 브로모화산의 모습. 마그마가 타고내린 흔적일까요?

 

 

 

무섭지만 한참을 바라보고 있다가 산을 내려갔던 것 같습니다.

 

언젠가는 다시 와서 이곳에서 일출과 일몰을 보고싶다는 생각을 했고요.

맑은 한낮의 모습도 이렇게 경이로운데, 빛과 함께하면 어떨지...

 

여하튼 내려가는 길에 여러 말과 오토바이들이 오르내리는 걸 보기도 했습니다. 높고 울퉁불퉁한 지대인데도 잘 오르내려요. 

 

  산에서 내려간 뒤 자꾸 흥정하는 오토바이 사람 뒤에 결국 탔던 기억도 나고요. 그 사람이 거스름돈 없다고 해서 여러 가게에 찾으러 다닌것도 기억납니다. 또 미니버스에 가니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과. 또 다른 일행이 버스에 더 탄 것과. 미니버스 기사가 돈을 더 내라고 해서 말싸움해보려고 씨익씨익댔던 것과. 버스에서 졸면서 잘 내려와서 버스팀과 사진찍고 연락처도 교환했지만 여전히 그 사진은 보내주지않고 있는 것과. 이후에 고젝기사와 흥정했는데 기사가 뒤끝이 있어서 뭐라해서 한마디해주기도 하면서......했던 여러 기억. 

 

자연의 장엄함을 보고 다시 현대사회로 복귀했습니다. kfc에 갔어요.

인도네시아 kfc에 가면 밥 한덩이도 함께 주고요. 또 손을 씻을 수 있는 개수대가 홀 한쪽에 마련돼있어요.

 

배를 채우고 잠시 쉰 뒤 움직인 여정은 다음 포스팅에 덧붙힐게요 !

 

짚차가 아닌 화산모래를 밟고 브로모화산까지 갔던 여정 이야기를 마칩니다.

 

#인도네시아 #브로모화산 #브로모 #여행